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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文대통령의 1240일 일정 전수조사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최근까지 공개한 일정 가운데 청와대 내부에서 소화한 일정의 비율이 78%에 달하는 것으로 28일 분석됐다. 이는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이 2017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통령 공개 일정을 전수(全數)조사 한 결과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광화문 집무실 시대를 열겠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리모델링 비용 등을 이유로 ‘보류’하기로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취임 이후 최근까지 1240일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문 대통령 공식 일정은 4806건이었다. 공식 일정의 대부분인 3752건(78%)이 청와대 내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일정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비서실 현안 업무 보고’로 1234회(단독 보고횟수 기준)였다. 다음으로 안보실 현안 업무 보고 419회, 정책실 현안 업무 보고 177회 순이었다. 이는 외교안보·정책 문제보다 정치 현안, 민정, 인사 업무 보고를 더 많이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동행복권파워볼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집권 4년 차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소상공인들과의 대화·간담회에 나선 횟수는 네 번에 그쳤다. 한 해에 한 번꼴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로 적시되지 않은 대통령의 전통 시장 방문 일정 등을 감안하더라도, 장기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영세 상인과의 만남이 지나치게 적다는 것이 야당 주장이다.

문 대통령 임기 4년간 공식 일정 수
문 대통령 임기 4년간 공식 일정 수

민심(民心)을 전달하는 또 다른 창구인 국회와의 만남도 많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여야(與野) 지도부를 청와대에 초청해서 만난 횟수는 취임 이래 7차례에 불과했다. 특히 민주당과 제1 야당 국민의힘 지도부를 따로 본 것은 올해 5월 양당(兩黨) 원내대표 초청 오찬이 유일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었다.

집권 4년 차에 이르기까지 문 대통령의 식사 회동 횟수는 209회였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공개 일정으로 식사 회동을 가진 셈이다.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에 가장 많이 초대된 인물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 45차례였다. 각료 중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9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9회)이 그다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해 신임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후 각 국 대사들과 함께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해 신임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받은 후 각 국 대사들과 함께 접견실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혼밥(혼자 밥 먹는다는 의미)’은 위험 신호”라는 우려가 나왔었다. 2018년 정동영 전 민주평화당 대표는 함세웅 신부가 한 말이라며 “문 대통령이 요새 혼자 밥을 먹는다고 한다. 집권해서 1년이 지나가면 귀가 닫힌다”고 했었다. 대통령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 소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2018년 12월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은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혼밥하시우?”라고 묻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허허허” 웃었다고 한다.

야당은 “국가 재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통령이 공식 일정으로 챙기는 경우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2020년 2월 첫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가 발생했거나,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측에 피살된 직후에 이와 무관한 일정을 소화했다는 것이다. 김성원 의원은 “많은 국민은 ’24시간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을 기억한다”면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을 때 어디서 무엇을 하셨는지 공개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파워볼게임

28일밤 유 본부장에 통보, 사실상 자진사퇴 권고
BBC “나이지리아, 164개국 중 104개국 지지 받아”
정부 “사퇴 없다”에도 “오래 버티기 힘들 것” 관측
문 대통령 “낙관, 비관 않고 끝까지 최선 다할 것”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인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AFP]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인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나이지리아 재무장관. [AFP]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결선 라운드 164개국 회원국 투표(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 후보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엔트리파워볼

총장 선출 과정을 주관하는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28일 밤 유 본부장에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선호도 조사에서 득표를 많이 해 응고지 후보를 추대하기로 했다”고 공식 통보했다.

WTO 일반이사회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새 사무총장에 추대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유 본부장에 대한 자진 사퇴 권고 성격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핵심 이사국들이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WTO를 이끌 차기 수장으로 제안했다”며 “WTO 25년 역사상 첫 여성 및 아프리카 출신 수장이 나올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BBC 방송도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아프리카연합(AU) 41개국, 유럽연합(EU) 27개국을 포함해 과반(83개국)을 훨씬 넘는 104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고위 소식통은 이와 관련,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과반을 득표할 것은 예상했지만,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며 “상황이 비관적이긴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등 강대국 간 물밑 협의에 따라 회원국 지지가 바뀌어 1차 투표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EU도 유 본부장으로 컨센서스가 이뤄지면 거부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와 정부는 일단 “유 본부장의 자진 사퇴는 없다.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회원국 전체 컨센서스를 이루는 시한인 11월 7일까지 막판 뒤집기를 노리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친중 성향의 오콘조이웰라 후보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미·중 간 막판 교통정리로 유 본부장이 당선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가 25일 재외공관에 “주재국 정부의 유명희 본부장 지지 여부를 파악해 유 본부장 지지를 권유하라”는 전문을 보낸 것도 거부권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오전 2021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여야 대표들과 만나 “정부는 지금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4 대 60이란 압도적 표차가 난 상황에서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쉽지 않아 유 본부장이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11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유 본부장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정권이 교체된다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는 “결국 WTO도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바뀌는 미국 대외정책 기조를 보고 난 뒤 사무총장을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차기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유 본부장에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효식, 세종=김남준 기자 jjpol@joongang.co.kr

[판다]-판결다시보기
[판다]-판결다시보기

401km. 부산의 유명 식당 ‘해운대암소갈비집’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해운대암소갈비집’을 자동차로 이동했을 때 거리입니다. 우리나라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야 할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식당이 소송전에 들어간 건 지난해입니다. “사장님, 서울에 분점 내셨어요?”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은 부산 식당 주인이 서울 식당 주인을 상대로 “간판을 내리라”며 소송을 낸 것이죠. 55년 전, 아버지 대부터 이어오던 식당 이름과 메뉴를 서울 식당이 그대로 베꼈으니 이를 못 쓰게 해달라는 소송이었습니다.

1심에서는 부산 식당이 졌습니다.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가게 이름은 지명에 상품 종류만 붙인, 특별할 것 없는 이름이라는 거죠. 부산에선 유명한 식당이지만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서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쉽게 다른 가게와 구분할만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고등법원 민사5부(부장판사 김형두, 박원철, 윤주탁)가 이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1ㆍ2심 판결 1년 사이 두 가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 것도 아닌데 무엇이 달라진 걸까요.


400km 넘게 떨어진 두 식당…혼동할 소비자 있을까?

해운대암소갈비, 2심판결사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해운대암소갈비, 2심판결사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항소심이 주목한 건 바로 ‘맛집 탐방 여행’과 ‘온라인 정보’였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객 중 ‘음식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의 비중은 34.7%(2017년 기준)라고 합니다. TV만 켜면 맛집 프로그램이 나오는 요즘, 그 비중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죠.

부산 식당측은 리서치기관에 의뢰해 설문조사도 해봤습니다. 올해 7월 3~5일까지 주말 3일 동안 부산 식당에 방문한 손님 약 540명에게 “어느 지역에서 오셨냐”고 물어본 겁니다. 응답자의 63.8%가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 식당을 찾아 왔다”고 답했습니다. 거기다 이들 중 40%는 “서울이나 경기지역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서울 식당과 생활권이 겹치는 곳이죠. 또 시민들 10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도 해봤습니다. “지방의 유명 맛집이 서울에 분점을 내면 갈 의향이 있냐”고 묻자 89.1%의 시민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점을 살핀 항소심은 “두 식당은 각각 부산과 서울에 위치하지만 서로 경쟁 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미래에 경쟁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며 “서울 식당이 부산 식당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을 합니다.

또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 뉴스나 블로그ㆍSNSㆍ유튜브 같은 온라인상 정보로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도 봤습니다. ‘해운대암소갈비집’이라는 가게 이름의 재산적 가치를 평가할 때 예전 같았으면 영향력의 범위가 지리적으로 한정됐겠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항소심은 “특정 지역에만 집중적으로 알려진 상표나 영업표지도 온라인 정보의 양과 질에 따라서는 다른 지역 손님들에게까지 그 영향력이 급속하게 전파되고 공유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서울 식당에 방문했다가 “기대보다 못하다”며 SNS에 글을 올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서울 식당을 부산 식당의 분점으로 오해해서 생긴 일이죠. 항소심은 이를 “서울 식당이 부산 식당 손님들을 대체하며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고 명성을 훼손하는 정황이 된다”고 봤습니다. 최근 요식업 분야에서 지방에서 성공한 맛집들이 백화점에 들어오거나 분점을 내서 서울에서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 것이죠.


간판·불판·곁들임 메뉴도 ‘유사’
1심에서 인정되지 않은 가게 이름의 상표성과 간판의 유사성, ‘감자 사리’라는 메뉴의 유사성도 2심에서 인정됐습니다. 1심은 두 식당의 간판 모양에 대해 “검은 바탕에 흰색 한글 서예체 간판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간판”이라며 부산 식당만의 고유한 것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두 식당이 쓰는 불판 모양도 여느 고깃집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모양이어서 부산 식당만의 식별력을 높이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곁들임 메뉴인 ‘감자 사리’에 대한 판단도 달랐습니다. 부산 식당에서는 갈비를 구운 불판 가장자리에 감자 사리를 넣어 끓여주는데, 서울 식당도 똑같았습니다. 1심은 “감자로 된 면이긴 하지만 보통의 고깃집에서도 냉면 사리처럼 쫄깃한 식감의 국수를 주지 않느냐”며 부산 식당만의 특이한 점으로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해운대암소갈비, 주요쟁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해운대암소갈비, 주요쟁점.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2심은 “두 식당의 간판·불판·곁들임 메뉴는 매우 유사하다”며 “서울 식당은 부산 식당의 명성과 신뢰도에 무단으로 편승하려고 부산 식당과 똑같은 가게 이름 등을 사용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간판과 감자 사리 등의 메뉴를 부산 식당이 쌓아온 ‘성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본 항소심은 “서울 식당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부정경쟁행위를 했다”며 서울 식당의 간판 등을 모두 내리고 더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재판서 휴대전화 음성메시지 공개..”가족에게 돌아가고파”
38도 찜통 컨테이너에 12시간 이상 갇혀

작년 10월 베트남 밀입국자 39명의 시신이 발견된 화물트럭과 컨테이너. [EPA=연합뉴스]
작년 10월 베트남 밀입국자 39명의 시신이 발견된 화물트럭과 컨테이너.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숨을 쉴 수가 없어. 가족에게 돌아가고파.”

지난해 ‘브리티시 드림’을 좇아 영국에 밀입국하려다가 컨테이너 안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베트남인들의 마지막 음성이 공개됐다.

29일 AFP통신과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영국 중앙형사재판소의 베트남인 밀입국자 집단사망 사건 재판에서 밀입국자들이 컨테이너 안에서 숨지기 전 마지막 절박했던 순간들을 짐작하게 해주는 음성메시지 등이 공개됐다.

영국에 밀입국하려던 이들 베트남인은 작년 10월 23일 영국 남동부 에식스주(州) 한 산업단지의 컨테이너 안에서 질식사한 채 발견됐다.

이들은 15살 아이부터 44살 어른까지의 연령대였는데, 미성년자도 10명이나 포함돼 있었다.

밀입국자들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컴컴하고 내부온도가 최고 38.5도까지 오른 고온의 컨테이너에서 12시간 이상 갇혀있다가 질식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밀입국자들이 숨은 컨테이너는 작년 10월 22일 오후 3시께 벨기에 제브뤼주항에서 영국 퍼피트항으로 가는 화물선에 실렸다.

밀입국자들이 탄 컨테이너는 노천갑판에 놓였다. 14도 안팎의 기온과 비바람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던 셈이다. 실제 같은 날 오후 6시 25분에 촬영된 한 밀입국자의 셀카에는 땀 흘리며 더워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로부터 1~2시간 뒤 밀폐된 공간에서 호흡 곤란을 느낀 밀입국자들은 외부로 연락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말도 안통하고 물정도 어두운 타국에서 막다른 상황에 몰리자 본국의 베트남경찰 긴급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당시 25세였던 응우얜 토 뚜언은 가족 앞으로 녹음한 휴대전화 음성메시지에 “미안해. 이제 너를 돌볼 수 없어. 미안해. 미안해. 숨 쉴 수가 없어”라고 남겼다.

그는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 잘 살아야 해”라고 가족의 안녕도 빌었다.

20살 응우얜 진 루옹의 음성메시지엔 밀입국자들이 컨테이너를 열려고 시도했던 정황이 담겼다.

“숨을 쉴 수가 없어. 미안해. 이제 가야 해”라고 말하는 루옹의 목소리 뒤로 “여러분, (문을) 엽시다”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녹음됐다.

루옹은 이후 음성메시지에선 가족들에게 “미안해 모두 내 잘못이야”라고 말했다.

이는 루옹의 ‘유언’이 됐다. 해당 음성메시지엔 다른 밀입국자가 “그(루옹)는 죽었어”라고 말하는 것이 녹음됐다.

베트남인 밀입국자 집단사망 사건으로 밀입국자들이 탄 컨테이너를 옮긴 트럭 운전사 모리스 로빈슨(26)이 과실치사와 밀입국 공모 혐의로 기소되는 등 4명이 재판에 넘겨져 재판을 받고 있다.

로빈슨은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직후 컨테이너를 열어 밀입국자들의 시신을 봤지만 바로 경찰에 연락하는 대신 다른 피고인들과 통화했고 산업단지 주변을 뱅뱅 돌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항구의 컨테이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항구의 컨테이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jylee24@yna.co.kr

[앵커]

이날치, 조선 후기 판소리 명창입니다.

본명은 이경숙이지만, 날쌔게 줄을 잘 탄다는 의미에서 날치라는 예명이 붙었습니다.

상민과 양반, 모두에게 두루 사랑받은 서편제의 대표 소리꾼으로, 흥선대원군의 부름을 받아 어전에서 소리판을 열기도 했습니다.

얼굴도 목소리도 전해지진 않지만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실제 새가 날아들었다는 말까지 전해지는데요.

조선시대 이날치의 재기 넘치는 멋과 흥을 되살린 <이날치 밴드> ‘조선의 힙합’ 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습니다.

이날치 밴드가 등장하는 한국관광공사의 홍보영상은 조회수가 2억 7천만을 넘어서 해외에서도 인기몰이 중입니다.

정연욱 기자가 이날치 밴드를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반복되는 가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 홍대 앞 클럽에 어울릴 법한 분위기지만, 가사를 들어보면 엉뚱하게도 판소리 ‘수궁가’의 한 장면입니다.

[“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범 내려온다.”]

별주부가 호랑이를 만난 순간을 묘사한 이 노래,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에 등장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고, 유튜브 조회 수만 2천9백만, 이날치가 등장하는 다른 영상들까지 합하면 2억7천만을 넘었습니다.

[신유진/보컬/1847 : “한번 들어보니까 노래가 평소에 듣던 노래와는 다르게 판소리가 나오네 이렇게 되는데. 그게 호기심을 자극해서 가사에도 더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고.”]

베이스 2명과 드럼 1명, 그리고 정통 국악을 전공한 소리꾼 4명의 조합으로, 2018년 밴드 결성 이후 국악도, 힙합도, 디스코도 아닌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권송희/보컬 : “소리꾼들끼리 놀기도 하면서 관객들하고 놀고 이런 경험이 쉽지 않잖아요. 너무 새롭고 관객들과 만나는 계층도 다양해지고.”]

국악계의 불편한 시선도 없지 않지만, 음악은 무엇보다 일상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해 왔습니다.

[안이호/보컬 : “역사가 만들어준 가치라는 것이 주는 압박이랄까요. 그 무게감은 사실 일상에 스며들기는 힘들잖아요. 그 가치에 스스로 짓눌려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소통의 뿌리는 여전히 우리의 전통음악이라는 고집,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추구한다는 오랜 가르침을 새롭고 독특한 음악으로 몸소 구현하고 있습니다.

[장영규/베이스 : “존재하지도 않는 음악을 갖고 껍데기만 갖고 얘기한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 강승혁/영상편집:김형기

정연욱 기자 (donke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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